Picture 1

Picture 2

Picture 3

Picture 4

Picture 5

Picture 6

Picture 7

Picture 8

Picture 9

Picture 10

Picture 11





Anyang @APAP 오픈스쿨 Open School



전시 서문

“신에게 이 전시를 바칩니다.”

2013년 기준, 전 세계 인구 10명 중 8명 이상이 종교를 믿는다.* 신은 다양한 모습으로 어디에나 존재했던 것 같으며, 그렇다면 흙만큼 기나긴 신의 역사에 짧은 인간의 역사를 대입할 수는 감히 없어 보인다.

인간과 신에 대한 몇 가지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 싶다.
“스코프츠이”는 18세기 러시아에서 출현한 종교이다. 이들은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가 여전히 우리의 몸에 존재하며, 그것이 남자의 고환과 여자의 유방이라 믿었다. 그리고 뱀에 유혹당한 원죄를 씻기 위해 스스로 거세를 치렀다. 스코프츠이는 러시아어의 ‘거세하다’라는 단어에서 변형된 말이다. 터키의 넴루트산을 오르다 보면 안티코오스 1세의 무덤이 있다. 불쌍하고 못된 많은 왕들이 그랬듯, 신이 되고픈 이 인간도 살아있을 때부터 무덤을 만들었다. 왕국의 가장 꼭대기 산에 자신의 무덤을 만들고 아폴로, 제우스, 헤라클레스, 독수리, 사자와 같은 신의 상징에 자신의 동상도 만들어 넣었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라.”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면, 우리의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아담도 결국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이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한 모든 것이 주어졌어도 아담은 결국 신이 되고자 했다. 영화 ‘트렌센던스’는 신이 된 인공지능을 이야기한다. 조니뎁이 연기하는 천재 과학자는 뇌사에 빠졌다가 뇌가 컴퓨터로 업로드되어 인공지능으로 다시 태어난다. 신만큼 대단하신 인터넷과 연결된 조니뎁은 진화하여 신이 된다. 걸을 수 없는 사람이 걷고, 볼 수 없는 사람이 눈을 뜬다. 구글에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시작한 안토니 레반도프스키는 구글을 떠나 자율주행 트럭 Otto를 창립한 똑똑한 개발자이지만, 결국 Way of the Future라는 인공지능 기반의 종교를 창립했다. 자율주행에도 신이 깃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이미 과학 기술을 통해 인간이 신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예시는 영원히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는 신에게 바치는 전시이다.
김은지 작가는 이 전시를 준비하며 신을 목격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11명의 작가를 인터뷰하고, (미)신에 대해 물었으며, 대화를 바탕으로 숭배의 대상을 조상(彫像)했다. 흙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진 하찮은 인간들이 계속 그래왔듯이, 작가도 끊임없이 신의 모양새를 찾고 이를 기록하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반복했다. 신을 찾았을까. 혹은 신이 되어버린 인간을 찾았을까? 물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 신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이 전시장은 거대한 신전으로 기능한다.
누구의 무엇을 바치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오, 신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샛노란 이곳, 오픈 스쿨의 UFO 같은 공간은 가마신을 위한 신전이자, 육안으로, 혹은 인간의 기술로 절대 목격할 수 없는 뜨겁고 어두컴컴한 가마 안에 살고 있을 가마신을 재현한 가마신 민속촌이다. (그러고 보니 UFO에도 분명 신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여러 숭배물과 함께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관객 여러분! 당신이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 신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아니, 없다면 그 부족한 믿음이 나타날 것입니다.

인간이 흙을 굽기 시작한 이래의 긴 역사 중 어느 시점부터 도자는 신성한 행위 그 자체가 되었다. 흙의 긴 역사와 흙은 다루는 기예 중 하나인 도예의 긴 역사만큼 가마신의 역사는 창대하다. 가마신은 도예가들이 가마를 사용하기 전에 비는 의식의 대상이다. 이런 세상에도 여전히 우리 인간들은 며칠이고 흙을 밟아 태토(胎土)를 만들고, 장작 가마의 불이 꺼져서는 안된다고 여기며, 가마신께 절을 올리고 완벽한 결과물을 기도한다. 일상용품을 생산하는 기술이 전통 공예로 승격되고, 여성이 도예의 세계에 출현하고, 장작 가마가 전기로 바뀌어도 ‘불행히도’ 이는 변하지 않는다. 신의 세계에 비하면 이러한 변화는 미미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도자는 예술을 뛰어넘어 가마신이 지켜주고 관장하는 어떤 신성한 의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술이 진보했다고 해서 종교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그 어두컴컴한 동굴 속과 같은 가마안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부디 가마신이 보우하사 깨짐 없이 완벽한 형체가 나오기를 빌고 또 빈다. 이곳은 바로 그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다. 의심하지 말라.

신에게 이 전시를 바칩니다.
오, 신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The Global Religious Landscape, The Pew Research Center.

글. 강민형








김은지 Eunji Briller Kim 개인전 <의심 이미지 Doubtful Image>


*일정: 2019년 11/9(토) ~11/17(일)
*장소: APAP 오픈스쿨



*협력 기획: 강민형
*디자인: 박은선
*공간 디자인: 우희서
*설치: 권이안
*인터뷰: 강신영, 김민선, 김수미, 김세현, 김지혜, 권혜현, 서지나, 선의미, 신원동, 박민희, 박지은
*도움 주신 분들: 릴리쿰, 박정민 교수님, 송보경, 정혜윤
*사진: 김대훈
*번역: 강민형

*후원: 경기도, 안양시, 경기문화재단, 안양문화예술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unji Briller Kim Solo Exhibition <Doubtful Image>


*CURATORIAL SUPPORT / TEXT: Min-hyung Kang
*DESIGN: Eunsun Park
*SPACE DESIGN: Heeseo Woo
*INSTALLATION: Ian Kwon
*INTERVIEWEES: Shinyoung Kang, Minseon Kim, Sumi, Sehyun Kim, Jihae Kim, Hyehyeon Kwon, Gina Seo, Uimi Sun, Wondong Shin, Minhee Park, Ji-eun Park
*SUPPORTS: Reliquum, Jungmin Park, Hyeyoun Jeong
*PHOTOGRAPHY: Daehoon Kim
*TRANSLATION: Min-hyung Kang

*SPONSORED BY Anyang Foundation for Culture&Arts, Gyeonggi Cultural Foundation, Korea Art Council, and Anyang city, Gyeonggi Province.


*DATES: November 9 2019 - November 17 2019
*VENUE: Open School, APAP



Working on ceramic is considered sacred in Korea, however, the process of forming clay, drying it, and baking it in a kiln is far from the sacred action. In fact, we don’t have to create the paste from raw materials, nor make fire from firewood for wood-fired kilns, nor pray to the god of a kiln. A woman can make ceramic, and it is not forbidden to barbeque next to the kiln. (In the Chosun era, it is known in some areas that women are forbidden to make ceramic and couldn’t approach even close to kilns.) We are living in a day in which we still can create something but without those processes above.

The exhibition focuses on a representative meme of ceramic. Since graduating from the Department of Fine Art, artist Eunji Briller Kim has worked on reinterpreting memes of ceramic as a material. Seeking the most potent meme on ceramic, she started to question why ceramic makers are considered masters and why masters are sacred beings. Where does this sacredness come from in ceramic?

To transform clay into ceramic, we often use a device called a kiln. Kim focuses on the god of a kiln as a meme, which existed in the era of wood-fired kilns and even now, though we use electronic kilns. Wishing for the perfect results inside the kiln, we pray to the god of the kiln in front of holy water, and it applies the same for the electronic kilns.

The exhibition looks for the god of a kiln that no history has recorded and no one has seen. Kim has interviewed eleven artists and attempts to materialize the shapes and forms of it, the one we have heard of but have never known for certain. Also, the audience is asked to think about ceramic, which has lasted as long as human beings, and its tradition and succession.





전시 도록 Exhibition Catalogue link




Ceramic, Clay, Mixed media. Dimension Variable
2019 Eunji Briller Kim Solo Exhibition